요즘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다보면, 버스의 창틀이나 문 옆에 붙어있는 비상용 망치를 자주 본다. 언젠가부터 이 망치는 버스의 일부가 되어 있지만 근래 사람들은 설치된 동기나 의미조차 잊어버린 경우가 많다. 심지어 ‘저런 것이 있었나.’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비상용 망치는 비약적으로 말하자면 여러 모순과 에피소드를 갖고 있다.
글쓴이가 알리고자 하는 것은 한양의 공학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공학의 길을 걷는 공학도들이 이 글을 통해 단 한명이라도 올바른 시각과 판단을 갖추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상용 망치의 설치 배경부터 문제점을 차근차근 살펴보자.
가. 비상용 망치의 설치배경
비상용 망치의 설치 동기는 2003년 2월 18일 대구 중구 남일동 중앙로역에서 발생한 ‘대구지하철화재참사’이다.
사고 원인은 50대 중반의 한 지적장애인이 자신의 신병을 비관하다 판단착오로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으며, 제 1080열차의 기관사와 지하철 사령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는 동안 불은 맹렬히 번졌고 이 열차에서 대부분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이 사고로 열차는 완전히 불에 타 뼈대만 남았으며 중앙로역 천장과 벽에 설치된 환풍기, 철길 바깥쪽 지붕들도 모두 녹았고 인명피해도 엄청나 사망자 192명(신원 미확인 6명) 부상자 148명의 대형 참사가 발생하였다.
사고 다음날 정부는 대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였으나, 사고 직후 대구광역시와 지하철 종사자들이 사고를 축소·은폐하고, 현장을 훼손하는 등 부실한 대응으로 피해가 확대된 것으로 밝혀져 더 큰 충격을 주었다. 이로 인해 방화범과 지하철 관련자 8명이 구속 기소되었으며, 방화범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 사망하였다.
이후 대중교통 내의 방화에 대한 대비가 부각되었으며 이때부터 버스에 비상용 망치가 자리를 잡게 되었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비상용 망치의 설명을 읽어보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다. “비상 탈출 시 이 망치를 사용하여 창문을 깨고 탈출하십시오.” 적절한 설명 같지만 글쓴이는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다.
‘생명의 위험을 느끼는 순간에 사람들이 유리창을 깨지 못해서 탈출을 못한 것일까?’
이 질문의 해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구지하철참사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이 왜 탈출을 못한 것인지, 비상용 망치가 설치된 근본적인 부분을 살펴보아야한다.
나. 대구지하철화재참사에서 사람들은 왜 탈출을 하지 못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독가스가 가장 큰 원인이다. 화재로 발생한 유독가스가 폐에 차게 되면 피(적혈구)와 폐의 산소교환이 되지 않아 호흡 부전으로 사망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유독가스는 어디서 발생한 것일까?
유독가스의 발생 원인은 바로 합성수지(Plastic)이다. 합성수지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크게 열가소성 합성수지와 열경화성 합성수지로 나누어진다. 이 중 열경화성 합성수지는 열을 가하여 소성 변형으로 제품을 만든 뒤 식어서 굳어지면 다시 열을 가해도 더 이상 부드러워지지 않는 합성수지로, 계속해서 가열을 하면 소성을 가지지 못하고 분해되거나 가스를 발생하면서 증발한다.
일반적으로 내열성, 내약품성, 기계적 성질 등이 우수하여 강화플라스틱의 재료로 사용되며 페놀 수지, 멜라민 수지, 에폭시 수지, 폴리에스테르 수지 등이 있고 버스나 지하철의 바닥이나 손잡이, 그리고 의자를 덮고 있는 시트 등에 사용이 된다.
자, 문제의 감이 오는가? ‘우리가 타고 다니는 대중교통은 합성수지로 도배가 되어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독자여러분이 생각해 주길 바란다.
‘생명의 위험을 느끼는 순간에 사람들이 유리창을 깨지 못해서 탈출을 못한 것일까?’
다. 비상용 망치의 문제점과 에피소드. 그리고 나아가야할 방향
글쓴이는 비상용 망치의 설치가 근본적인 부분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유리창이 문제가 아니라 ‘차내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것을 전제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목숨이 위험한 순간에 망치가 없어서 유리창을 못 깨고 탈출을 못했겠는가? 하지만 지하철이나 버스에 승차하는 모든 시민이 화기를 소지하지 않고 탑승하도록 하는 방법은 사실 상 불가능이다.
그렇다면 유독가스가 발생하지 않는 재료를 사용하여 버스나 지하철을 생산하면 되지만, 그리하면 버스나 지하철의 생산가격이 지나치게 올라가 버린다. 이는 곧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이 요금으로 부담을 하게 된다.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와 시민은 ‘화재에 대비하라.’는 간단한 명령만 하고 대중교통을 운영하는 회사는 자금 문제에 시달리게 되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설치된 것이 비상용 망치이다.
그런데, 이렇게 설치된 비상용 망치 또한 취객이 망치를 흉기로 사용할 우려가 있어 비상용 망치 자체를 케이블 타이(tie)로 묶어버리는 모순이 보이고 있다. 만일 정말로 비상용 망치가 필요한 순간에 케이블 타이(tie)를 끊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근본적인 문제인 합성수지를 쓰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공학도들의 역할이 갈수록 중시된다. 합성수지를 쓰지 않고 합성수지와 비슷한 효율의 저렴하고 가공하기 쉬운 재료를 개발해야하기 때문이다.
글쓴이 역시 우리나라에서 공학의 길을 걷는 공학도 중 한명으로서, 이 글을 읽고 있는 공학도들에게 ‘대구지하철화재참사’와 같은 일을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면 공학도 여러분의 힘과 열정과 학식이 필요하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공학도는 사건과 사고를 단순하게 흥미로 보고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을 정확한 시선과 판단으로 인지하여 개발, 탐구하여야 한다. 그 것이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예의이자 나라를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