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 왕중왕전 팀 최고 성적을 거둔 한양공고 ⓒ박성준


한양공고가 4강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3일 열린 ‘2012 대교눈높이 전국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 8강전에서 한양공고는 거제고를 만나 접전 끝에 3-2 승리를 거두며 4강에 올랐다.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한양공고와 거제고의 맞대결은 올 시즌 왕중왕전 최고의 다크호스를 가리는 경기로 관심을 모았다.

올 시즌 내내 2학년 삼각편대, 박정용-김한길-차승환의 활약이 눈부셨던 거제고는 한양공고의 선제골과 역전골을 2-2로 악착같이 따라붙었지만 한양공고 주장 박상민의 결승골을 뒤집지 못하고 내년을 기약해야 했다.

여기에서 4강에 오른 한양공고의 이력을 짚고 넘어가보면 64강에서 학성고를 4-2로 크게 이기고, 32강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보인고를 잡았다. 그리고 8강에서 ‘파란’의 팀 거제고까지 눌렀다.

‘남자의 팀‘, 섬세함을 갖추다

사실 왕중왕전 판세에서 한양공고의 4강을 예측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간 한양공고는 리그에서 중하위권에 머물렀고, 왕중왕전 진출도 2010년이 전부였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달랐다. 보인고와 중동고가 버틴 서울 동부권역에서 당당히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렇게 당당히 입성한 왕중왕전. 한양공고가 보여준 축구는 매력적이었다. 우선 우월한 체격조건을 바탕으로 힘과 높이에서 밀리지 않았다. 여기에 쉼 없는 압박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남자의 팀’의 느낌이 전해진다. 하지만 이 팀의 진면목은 ‘남자의 팀’이 구사하는 패싱축구에 있다.

“기본적 전술은 4-4-2이며 조직적 플레이에 중점을 많이 둔다. 공격시 ‘빌드업’, 수비시 ‘강한 압박’으로 상대의 허점을 노린다. 사실 이전의 한양공고는 예쁘게만 볼을 차려고 했던 게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보다시피 팀 색깔이 남성스러운 면이 많은데 터프한 부분을 일부러 보완하려고 힘썼다.” -한양공고 이원철 감독

‘남자의 팀’이 장착한 신무기가 ‘패싱’이라면 이들이 적에 맞서는 비법은 ‘맞춤전술’이다. 한양공고는 상대에 대한 철저한 분석으로 매경기 맞춤 스쿼드와 조커카드를 들고 나오고 있다.

“상대를 사전 분석했을 때 득점력이 좋은 팀이었다. 유진석과 정민혁이 팀의 에이스인데 조커로 남겨놓고 후반전에 투입시켜 결정지으려고 했다. 전반전을 수비위주로 나섰던 이유가 이 때문이다. 주장이자 센터백인 박상민을 경기 중 공격수로 유동적으로 기용했던 보인고전도 맞춤전술의 승리였다. 상대에 따른 맞춤전술 덕에 4강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것 같다.” -한양공고 이원철 감독

“경기를 하기 전에 미팅을 많이 하는 편이다. 상대가 쓰리톱이 좋다는 것을 알고 많이 준비를 했는데 오늘 수비에서 너무 쉽게 실점한 것 같다. 준비한 점에 대해 방어를 잘 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4강에서는 상대를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수비에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 –한양공고 주장 박상민



그림2. 명가재건을 꿈꾸는 한양공고 이원철 감독 ⓒ박성준


팀의 왕중왕전 최고 기록 갱신, “우린 아직 배가 고프다”

한양공고의 선전은 이유 있는 선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원철 감독은 올 시즌 반드시 ‘일’을 낼 것이라고 확신했다.

“최근 몇 년간 팀의 성적이 부진했다. 올 시즌 리그도 초반에는 하위권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고 중반기 이후 상승세를 탔다. 권역리그를 치르면서 최종적으로 왕중왕전에 팀의 레이더를 맞췄다.” -한양공고 이원철 감독

“정말 신경 써서 준비한 대회다. 왕중왕전을 준비하면서 팀 분위기도 최상이었다.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실한 믿음이 있었다. 32강에서 보인고를 꺾고 나서부터 팀이 상승세를 탔던 것 같다. 그때 감독님께서 자만하지 말고 차분히 다시 준비하자고 중심을 잡아주셨는데 32강 이후 다시 심기일전했기 때문에 4강까지 남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한양공고 주장 박상민

한양공고는 4강 진출로 2010년 왕중왕전 16강 진출했던 팀 최고성적을 갱신했다. 하지만 이는 작은 목표에 불과하다. 최종적인 목표는 ‘명가재건’이다. 한양공고의 두 번째 왕중왕전 도전은 ‘다크호스’가 아닌 진정한 그리고 지속적 ‘우승후보’로 거듭나기 위한 담금질의 시간이다.

“한양공고는 전통적으로 축구 강팀이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더 잘해야겠다는 꿈과 목표가 있다. 당장 내년, 내후년의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그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올해처럼 단단히 준비할 것이다. 한양공고의 ‘남자의 축구’는 계속된다. 거기에 세밀함, 세트플레이, 수비조직력까지 보완해 나가겠다. 물론 남은 왕중왕전 결승전 무대를 밟는 꿈과 목표를 이루는게 먼저다. ” -한양공고 이원철 감독

“오늘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쌓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높게 올라갈 것이다. 오직 다음 경기 4강전에서 좋은 모습 보이는 것만 생각하겠다.” –한양공고 주장 박상민